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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화 입문

문자도, 글자에 담긴 꽃과 새

효·제·충·신 여덟 글자에 물고기와 새, 꽃을 담은 옛 그림. 뜻과 상태를 차례로 살피면 고서화가 가까워진다.

문자도는 어떤 그림이고 어떻게 감상하나요?

문자도는 글자의 뜻과 관련된 고사나 상징물을 획 안에 그려 넣은 그림입니다. 먼저 무슨 글자인지 찾고 꽃·새·물고기 같은 형상을 살핀 뒤, 낱폭인지 병풍의 일부인지 확인해보세요.

  • 무슨 글자인지 찾고 글자의 획 안에 담긴 꽃과 새 살피기
  • 병풍의 몇 폭인지와 제작 시기·재료·수리 설명을 구분해 묻기
본문과 근거 읽기
꽃과 새 그림 아래 여덟 글자가 펼쳐진 문자도 병풍
꽃과 새가 있는 문자도 병풍 · Munjado with Flowers and Birds사진 출처: Detroit Institute of Arts · 2015.2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박물관 소장 참고 유물입니다. 답십리 상가의 판매 물품이 아닙니다.

답십리 고미술상가에서 오래된 그림을 마주하면 먼저 난감해진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 어디부터 봐야 할지 짐작하기 어려워서다. 산수화나 화조화처럼 대상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도 있지만, 글씨와 그림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은 선뜻 말을 붙이기 어렵다. 문자도가 그렇다.

멀리서 보면 굵은 한자이고 가까이 다가가면 물고기와 새, 꽃, 책 같은 형상이 보인다. 글자의 획을 따라 이야기가 숨어 있다. 문자도를 알아보는 데 어려운 한문 지식부터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글자 하나를 찾고, 획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고, 그림이 어떤 형태로 꾸며졌는지 살피면 된다.

여덟 글자가 한 집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문자도는 글자의 뜻과 관련된 고사나 상징물을 획 안에 그려 넣은 그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문자도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널리 유행했으며, 민간에서는 ‘꽃글씨’라고도 불렸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유교 문자도는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義)·염(廉)·치(恥)를 한 폭씩 그린 여덟 폭 병풍이다. 집 안을 장식하는 동시에 지켜야 할 덕목을 되새기는 역할을 했다.

여기서 볼거리는 글씨체의 반듯함만이 아니다. 같은 ‘효’ 자라도 어떤 동식물과 사물이 들어갔는지, 획을 얼마나 과감하게 그림으로 풀었는지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글자를 먼저 읽은 뒤에는 검은 선만 따라가지 말고 색이 모이는 곳을 살펴보자. 글씨의 획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어느 순간 새의 몸이나 물고기의 꼬리로 바뀌는 지점이 보인다. 문자도의 재미는 그 경계에서 시작된다.

작가 이름이 없다고 해서 이상한 것도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민화 문자도 병풍’은 조선 시대 종이 작품으로 소개되며 작가는 미상으로 기록돼 있다. 따라서 서명이나 낙관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작품의 시대나 가치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답십리에서는 ‘무슨 글자인가’부터 묻는다

한국관광공사는 답십리 고미술상가가 1980년대 중반 청계천과 이태원, 아현동 등지의 고미술 상점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됐다고 소개한다.

고서화를 보러 갔다면 처음부터 연대와 가격만 물을 필요는 없다. 먼저 화면 전체가 보이는 거리에서 병풍인지, 족자인지, 낱폭을 액자에 넣은 것인지 본다. 이어 ‘무슨 글자인가’, ‘몇 폭 가운데 한 폭인가’를 확인한다. 여덟 글자가 한 조를 이루던 문자도라면 낱폭만 남았는지, 완전한 병풍인지에 따라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그다음에는 판매자가 설명하는 제작 시기와 재료, 입수 경위, 수리 이력을 차례로 묻는다. 답은 가능하면 영수증이나 작품 설명서에 남겨 달라고 하는 편이 좋다. ‘오래돼 보인다’거나 ‘낙관이 있다’는 인상은 출발점일 뿐, 진품이나 제작 연대를 확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작가·시대·가치를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삼는다면 관련 분야 전문가의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현대에 새로 그린 민화나 인쇄 복제품도 문자도의 조형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옛 그림과 현대 작품, 인쇄물은 구분해 표시되어야 한다. 구매할 때는 ‘조선 시대 작품’인지, ‘근현대 민화’인지, ‘현대 작가 작품’인지, ‘인쇄 재현품’인지부터 확인한다. 오래된 액자에 들어 있다는 사실과 화면 자체의 연대는 별개의 문제다.

앞면의 얼룩보다 뒷면의 손질을 함께 본다

종이 그림에는 시간이 흔적으로 남는다. 가장자리의 닳음, 접힌 자국, 갈색 반점, 색이 흐려진 부분이 보일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있다고 모두 나쁜 작품은 아니지만,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세월의 멋’으로만 넘길 일도 아니다.

판매자의 허락을 받아 화면과 장황을 함께 살펴보자. 종이가 물결치듯 울었는지, 균열이나 찢김이 있는지, 안료가 들뜨거나 가루처럼 떨어지는지 확인한다. 액자나 병풍의 뒷면에서는 새 종이를 넓게 덧댄 흔적, 테이프, 풀 자국, 다른 색으로 메운 부분이 있는지 본다.

보수 자체가 곧 결함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느 범위까지, 어떤 재료로 손봤는지를 가능한 만큼 확인하는 일이다. 표구와 배접은 작품을 지탱하지만, 잘못된 접착제나 산성 재료는 종이에 새로운 손상을 줄 수 있다.

종이 작품은 취급 과정에서 쉽게 찢기고 접히거나 얼룩질 수 있다. 빛에 노출되면 색이 바래거나 종이가 변색될 수 있으며, 높은 습도는 종이를 울게 하고 곰팡이 위험을 높인다. 접착테이프와 질 낮은 액자 재료도 변색과 열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곰팡이나 안료 박락이 의심되는 작품은 직접 닦거나 붙이지 말고 보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상점에서 작품을 펼치거나 뒤집어 보고 싶다면 판매자에게 먼저 요청한다. 족자 축이나 병풍 모서리를 잡아당기지 않고, 음식과 음료를 가까이 두지 않는다. 사진 촬영 역시 점포와 작품 소유자의 허락을 받는 것이 기본이다.

집에 들인 뒤에는 밝은 자리보다 안전한 자리를

문자도는 한 폭만으로도 힘이 있다. 서재의 책장 옆이나 현관 안쪽 벽처럼 시선이 잠시 머무는 곳에 두면 글자와 그림을 천천히 읽기 좋다. 여러 폭을 걸 때는 간격과 높이를 먼저 맞추고, 액자 색을 과하게 달리하지 않는 편이 화면에 집중하기 쉽다.

다만 종이 작품을 가장 볕 좋은 벽에 거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연광과 인공광 모두 색을 바래게 할 수 있고, 한 번 생긴 빛 손상은 되돌릴 수 없다. 창에서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자리, 냉난방기 바람이 직접 닿는 곳, 욕실·주방 가까운 벽은 피한다.

유리나 아크릴과 화면 사이에는 여백을 두고, 액자 재료는 중성 또는 보존용 여부를 확인한다. 보관할 때는 일반 골판지 상자와 접착테이프보다 중성지 폴더나 보존용 상자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처음 문자도를 본 날 모든 상징을 해독할 필요는 없다. 한 폭 앞에서 글자 하나를 찾아보고, 획 속 동물이나 식물을 한두 가지 발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음 점포에서 비슷한 글자를 다시 만나면 색과 구도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자.

그렇게 몇 점을 보고 나면 고서화는 더 이상 ‘설명을 들어야만 아는 물건’으로 남지 않는다. 답십리에서 그림을 보는 일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오래된 화면에 질문을 건네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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